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18. 4. 11. 11:26마인드/말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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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부끄러운 민낯이 존재한다.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말, 

좁은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말,

잠깐의 감정을 못 이겨 쏟아내는 말,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말 등등. 

그런 말을 하고 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이것밖에 안 됐나.', 

'왜 나는 이렇게 말을 할까.' 하며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의 말 그릇이 

넉넉해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젠가

선배네와 부부동반 저녁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두 시간 동안

우리 부부가 한 일은 선배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

아이들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얼마나 쾌적한지에 대해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내 눈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선배네는 우리에게 궁금한것이 하나도 없었을까 ?"




얼마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도자기 공방에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말 그릇을

다듬어나가야 할지 깨달았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라

만만하게 여겼는데

웬걸,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눈대중으로 두들기가 보면

어느새 바닥은 울퉁불퉁,

모양은 들쑥날쑥 균형을 읽기 일쑤였다.

게다가 그렇게 어물대다 보면

급기야 반죽에

쩍쩍 금이 가곤했다.


진땀을 흘리고 있는 내게

선생님이 이런 말을 건넸다.


"그릇을 빚다 보면,

자꾸 틈이 생기고,

구멍이 보이고,

결이 갈라지기 시작해요.

흙의 특성 때문이지요.

그럴 때 번거롭다고 그냥 두면

모양도 흐트러지고,

나중에 구울 때

꼭 깨져버려요.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쓸모 없는 그릇이 되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 작업이에요,

틈이 보이면 

바로바로 손으로 매만져주고

구멍이 생기면 빠짐 없이

채워줘야 해요.

필요 없는 공기거품은

모두 없애야 하고요.

공을 들여 쓰다듬고

매만질수록 그릇이 견고해져요

그래야 나중에 고생을 덜해요."


순간 내가 만들고 있는 이 그릇이

우리의 말 그릇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온전한 게 어디 있을까.

누구나 살면서 말 실수도 하고

말에 속기도 하고

말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아픔도 겪는다.

다만 그 말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의 말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보겠다고 결심하면

그때부터 말 그릇은 조금씩 성상하기 마련이다.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그릇을

고치기 위해서는

그 균열을 알아보고 매만지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꾸만 날선 말이 쏟아진다면,

내 마음의 어느 곳에

날이 서 있는지

알아보는 게 첫 단계인 것처럼.

말을 만들어내는 마음을 살펴서

그 균열을 메우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면아이

심리학에는

'내면아이' 혹은 '어른아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린시절 충격적인 사건이나

강렬한 경험을 한 아이가

그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면,

몸은 자랐지만 마음은 아직

그때에 머물러 있게 된다는 의미다.


어떤 이의 마음속에는

열 살짜리 소녀가 숨어있고,

어떤 이의 마음속에서

사춘기 소년이 아직도

방황을 끝내지 못한 채 서성인다.


그러다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폭발하고 만다.

이게 다 '내면아이'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self)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자기중심적이고,

흑백논리에 매몰되어 있고,

추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내면아이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비슷하다.


나이는 먹었지만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사람마다 가진 입장과 상황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며,

숨은 의미나 말할 수 없는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멀리 보지 못하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만 집중한다.


당연히 말도 그러한 패턴이다.

나잇값을 한다느 것은

나이에 걸맞은 말, 행동,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저 나이 먹고록 말을 왜

저렇게 밖에 못할까?" 싶은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내면아이를 떨쳐버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일정 성장이 멈춘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껏 모르는 척,

괜찮은 척하며

묻어두었던 그때의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스스로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프고 불편해서 혹은

지금까지 잘 참아 왔는데

이제와 다시 들출 필요 있을까 싶어

감추고 있던 속내를 꺼내보고

마음이 시원해질 때까지

털어내야 한다.


말 습관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잘 못된 표현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할 때 내 말투는 어떤지,

내 표정은 어떤지,

내 마음은 어떤지,

찬찬히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구의 영향으로 혹은

어떤 사건의 영향으로

그러한 습관을 지니게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


어느 시점에 내 말이 성장이 멈췄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말은 몇 초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그 한마디에는

평생의 경험이 담겨 있다.

따라서 당신의 말 그릇을

살핀다는 것은

말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만약 당신의 말이

잘못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 역시 당신의

마음 안에 있을 것이다.



- 말그릇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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